신입사원을 위한 조언

 

좁아지는 취업시장 속에, 치열한 경쟁속에서 이 글은 한 회사의 신입 사원으로 출발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또 다른 많은 조언과 함께 참조를 하면 첫 걸음을 내딛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대가 만약 신입 사원이며, 아직 제대로 사회 경험을 한 적이 없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그대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특별하여 이 글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의미는 있을 것이다. 왜냐면 사람이 사는 방식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이 처한 환경과 의지가 남다르다해도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테니까.

1. 용서되는 범위 찾기

그대가 직원 3명에 5평 정도인 오피스텔에 둥지를 튼 회사에 다니든, 세계적으로 100여 개 이상의 지사를 가진 다국적 기업에 다니든, 직업적 안정성이 매우 높은 공기업이나 공무원이든 관계없다. 또한 그대가 하루하루 동전과 씨름해야 하는 경리직이든, 하루에 몇 번씩 그룹 총수나 그룹 사장과 만나야 하는 비서실에 근무하든, 멋진 양복에 SM7을 타고 멋진 건물로 출근을 하든 관계없다. 그대들은 단 한 가지 측면에서 동일하다. 바로 "신입"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는 것이다.

"신입"이라는 딱지는 '언제든 실수가능'이라는 말과 똑같다. 그대가 "신입"이기 때문에 어떤 짓을 했을 때 해고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대가 "신입"이기 때문에 철부지 같은 행동을 해도 웃고 넘길 수 있다. 그대가 "신입"이기 때문에 매우 많은 것들이 용서된다. 다만 그 용서되는 행위와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그걸 알 지 못한다면 "신입 생활"은 꽤 고달픈 것이 될 것이다. 여기서 신입 사원을 위한 첫번째 계명이 나온다.

그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규칙을 찾는 것이다.

요령을 찾기 전에 회사에서 규정한 규칙을 먼저 찾아야 한다. 어떤 회사는 신입 사원의 수습 기간동안 3회 이상 지각을 할 경우 무조건 해고 조치를 하는 곳도 있다. 또 다른 회사는 신입 사원이라도 해당 부서의 매출을 위해 즉시 복무해야 하는 곳도 있다. 그대가 신입 사원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수 많은 실수는 이러한 "용서되지 않는 범주"에 접근해서는 안된다. 회사와 조직원들은 그대의 많은 것을 용서해 줄 것이다. 조직적인 차원에서 용서해 주는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범위를 넘어서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미안하지만 스스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2. 인내하기

조직의 규모가 큰 회사들의 대부분은 신입 사원에게 특별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 설령 일을 맡기게 되더라도 최소한 1명 이상의 경력자를 늘 주변에 배치한다. 신입 사원이 실수를 하도록 용인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 수습 기간에 신입 사원에게 지시하는 대부분의 일은 이런 목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인내해야 한다. 그대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든, 어떤 경험이 있든, 어떤 욕망이 있든 조직은 '우선 미뤄두라'고 얘기한다. 그것을 이루기 전에 하나의 조직원으로써 익혀야 할 항목을 받아 들이기를 원한다. 그러니 우선 인내해야 한다.

작은 조직은 비록 신입 사원이더라도 곧장 자기 역할을 해낼 것을 종용하게 된다. 조직이 작다는 말은 한 사람을 조직에서 오랜 기간동안 수습 즉, 일에 익숙해 지도록 기다릴만한 시간과 자원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은 조직의 신입 사원은 큰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도전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충분한 학습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업에 즉시 투입되어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대기업의 신입 사원인 경우 입사 1년차 이내에 퇴직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으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매우 흔한 편이다. 그 이유를 신입 사원에 대한 적응 기간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수습 기간이 일주일이든, 일년이든 관계없이 지극한 인내심으로 일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년의 수습 기간동안 일을 배워야 한다면 그만한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만약 특별히 자신에게만 길고 긴 수습 기간이 주어진다고 느끼게 된다면 자신이 엉뚱한 방향으로 일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3. 자유롭게 움직이기

조직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기존 조직원들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저런 것을 물어보고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라. 신입 사원들에게는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겠지만 처음 조직에 들어간 시기야 말로 가장 많은 사람들과 사귈 수 있는 기회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가장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많은 모임이 나를 위해 열려 있었고 스스로 낯선 모임에 끼어 들었을 때 모두 반겨 주었다. 내 수첩에는 수백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1학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 해가 지나고 나자 다른 사람들이 그러하듯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없었고 좀 더 세분화된 조직에 속하게 되면서 여러 조직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자유도는 점차 낮아졌다.

회사는 대학과 다르다. 그러나 조직을 넘나들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신입 사원일 때 매우 쉽다. 그런 시기가 지나고 나면 그대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사람들이나 업무상 관련이 있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친한 몇몇 사람만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자신의 활동 범위를 충분히 넓혀 놓는다면 앞으로 매우 큰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신입 사원들의 저녁시간이 친구들이나 가족, 클럽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빽빽히 예정된 것을 보곤 한다. 그들은 주말이냐 휴일에 만나라. 평일의 저녁 시간은 자신의 부서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만나는 데 할애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의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지 알게 될 것이다. 심지어 그 조직의 힘관계를 깨닫게 될 수도 있다.

4. 아주 열심히 인사하라

모든 신입 사원이 이런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과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며, 해당 회사나 조직이 그런 움직임을 달가와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눈치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만약 그대가 속한 조직 혹은 회사가 자유롭게 움직이기를 달가와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좋은 평판'을 받는 것이다.

좋은 평판을 받는 고전적이며 확실하며 또한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방법이 하나 있다. "무조건 인사하기"가 그것이다. 무조건 인사하라. 현관 복도를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도 인사하고, 문을 열어주는 수위에게도 인사하고, 매점 아줌마에게도 인사하고, 구내 식당 아저씨에게도 인사하고, 두 번 이상 마주친 사람에게는 무조건 인사하라.

인사를 잘 한다는 것이 반드시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과 부서를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부모님은 내게 착한 아이가 되라는 말씀대신 인사를 잘 하라는 조언을 자주 하셨다. 나는 쾌활한 편이어서 인사하는 목소리도 맑고 경쾌했다. 그 버릇은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여전했다. 언젠가 담임 선생님과 함께 교장 선생님을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엔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4천명 가까이 되었다) 내가 누군지 묻자 담임 선생님이 "일전에 계단에서 교장 선생님께 2층에서 인사했던 그 아이요" "아, 그 아이?'하고 얘기할 정도였다. 중요한 건 인사를 하는 것이지 그 이후의 상황은 그 때가서 해결하면 된다.

이 방법은 돈이 들지 않고, 시간도 들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을 구길 필요도 없고, 손해 볼 일도 없고, 골치아프게 잔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다. 만약 그대가 밝은 웃음으로 상대방에게 아는 척하며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조직에서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것이 있다. 그 인사를 가려서 하면 안된다. 화장실 청소하는 아주머니께 하듯이 사장에게도 해야 한다. 만약 그대가 그런 인사를 가려서 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내가 이야기하는 "인사를 잘하는 것"은 그대의 마음 가짐을 보여주는 것이지 상대방에 따라 서로 다른 예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다.

5. 유교적 봉건주의를 인정하라

유교적 봉건주의는 관료주의와는 또 다른 조직의 병폐를 낳는다. 나를 비롯한 많은 조직의 관리자들이 합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그 존재를 완벽히 없앨 수 없다. 그 이유는 유교적 봉건주의가 여전히 교육 제도와 사회 문화, 그리고 조직 문화를 버티는 매우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회사가 철저한 능력 중심의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직급은 나이와 일치할 것이다. 비록 젊은 차장이나 부장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차장과 부장은 비슷한 연령대를 구성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직급과 장유유서의 예는 거의 비슷한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그대가 이것을 부정할 수 있는가?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영합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유교적 봉건주의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여러분의 몫이다. 해결하기 위해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 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유교적 봉건주의의 잔재 속에 살고 있다고 봐도 좋다.

특히 큰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가운데 매우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직장 상사가 술자리나 사석에서 "여자가 말이야..." 라든가 "어린 녀석이 말이야..." 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그녀는 조직에서 규정한대로 행동했을 뿐, 실제로 그/그녀의 사상적 문화적 토대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조언

만약 그대가 이 조언이 너무 길다가 느끼거나 너무 형이상학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단 한가지만 기억하길. 이것을 늘 기억한다면 그대는 직장 생활을 하며 길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차이점을 함께 찾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만 기억하라.
그리고 세상은 스스로 변하려는 자에게만 응답한다는 것을 믿어라."

알고보면 직장에서 해야 할 것의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Posted by 목표를 가지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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