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형사절차에서의 적정성의 보장을 위하여 영미법계의 배심원제도를 참조하여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재 법관이 사실인정, 법리적용 그리고 양형 모두를 결정하고 있는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배심원제도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은 배심원이, 법률적용은 법률전문가인 법관이 담당하도록 업무분장을 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배심원의 사실인정 등은 법관의 법령설명(Instruction)하에 이루어진다. 사실인정에서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또한 상식에도 부합되는 결론을 내리기 위하여서는 유용한 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만 현재는 1심의 합의사건에 한정되어 있어서 이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무엇보다도 사실인정부분에서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 그 성과가 높다고 할 것이다. 법관으로서도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복잡한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부담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제도를 통하여 이를 줄일 수 있어서 좋은 제도라고 할 것이다. 사실인정과 법리적용등을 모두 법관이 혼자서 외롭게 모두 부담을 해야 하는 기존의 형사절차에 비하여 좀 더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하여 그 판결결과에 대하여 좀더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배심원의 평결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관계에서의 법리적용은 법률전문가인 판사가 담당하는 것은 달리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를 통하여 사실인정과 법리적용 등에 있어서 배심원의 의견과 판사의 의견이 상호 견제할 수 있어서 좀 더 합리성을 제고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현행제도에서 가장 의문이 가고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사실인정에서 배심원전원의 평결이 무죄라고 내렸음에도 법관이 이에 반하여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는 경우에 이 법관의 판결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사실인정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을 검사가 하여야 하는데 배심원 모두가 무죄라고 전원일치로 평결을 내린 경우라면 이는 당연히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모두 배제할 정도의 입증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 만장일치의 무죄의 평결에 반하여 법원에서 유죄의 사실인정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영미법계에서는 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유무죄의 배심원의 평결은 배심원의 전속권한이기 때문이다. 물론 처벌형의 권고안은 단지 의견의 개진이어서 판사가 이를 조정할 수는 있으나 유무죄의 사실인정에 관한 배심원의 평결은 판사가 이에 기속된다. 이는 형사법 기본원칙 즉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배심원의 평결이 최종적인 판결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영미법계와는 달리 한국의 국민 참여 재판 관련법 제 46조의 제5항에 의하면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실인정에 관한 배심원의 만장일치의 무죄의 평결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유죄의 판결을 내린 사례를 상당수 볼 수 있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상당하다. 왜냐하면 배심원 모두가 무죄의 평결을 내렸다면 이는 공소사실의 입증에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반하여 법원에서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는 것은 법원이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법원의 태도는 유죄추정 내지 형사사건에서 입증의 정도를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가 아니라 단지 "증거우위"에 기초하여 판결하고 있는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하여 깊은 우려를 초래하게 된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고 나아가 이를 공론화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잘못된 생각은 더 발전하면 피고인스스로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고 나아가 전체 형사소송절차를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추행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 또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면 피해자의 진술의 허위성 내지 비신뢰성을 부각하기 위하여 피해자에 대한 세밀하고도 상세한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피고인이 가지는 방어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해자의 2차 피해운운하면서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을 제한한다면 이는 피고인의 기본권침해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와 같이 기본권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이론적으로는 해당 재판부는 징계, 탄핵소추, 손해배상, 직권남용 등의 여러 가지 책임까지도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제에 국민 참여 재판에서의 이와 같은 문제점과 일부 재판부에서 사실인정에 관한 무죄평결에도 불구하고 유죄의 사실인정을 한 재판부가 내린 판결에 대하여 달리 법적인 문제점이 없는 지를 다시 한번 세밀하게 검토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 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나아가 현재 법관이 사실인정과 법리적용 등 모두를 다 부담하는 것은 복잡한 현실사정에 비추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빠르게 이 문제점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개설하여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Posted by 목표를 가지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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