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로 인해, 더이상 1%만이 이용하던 절세(합법적인 탈세)가 더이상 1%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도 세금을 배우고 학습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따라할 만큼의 재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어떻게 얼마나 세금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위 1%' 한남더힐 종부세 덜 내려고 '신탁' 활용23채 법인명의

집값 상승, 과세 혜택"그들만의 노하우로 규제 피해" 지적

한국일보가 5년 연속 국내 최고가(실거래가 기준) 아파트로 꼽힌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의 600가구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서민들은 쉽게 접해보지 못한 부동산 관련 용어가 자주 눈에 띄었다. 의미를 파악한다고 해도, 대한민국 '상위 1%' 부자들이 왜 이렇게 복잡한 거래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불법은 아니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거래방식은 대부분 정부의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 종부세 절세 공식 "신탁" ]

한남더힐 전체 600 가구 중 17가구는 "신탁"이라는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신탁이란 원소유자(위탁자)가 재산의 유지관리 및 투자수익 등을 이유로 수탁자(금융회사, 부동산관리회사, 개인 등)에게 자신의 재산을 맡기는 제도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한남더힐에 소유한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올해 4월 말 미래에셋대우에 신탁했다. 침구 브랜드 "알레르망"으로 유명한 이덕아이앤씨의 김종운 대표도 부인과 공동명의로 보유 중인 한남더힐 아파트를 올해 5월 말 신탁을 통해 미래에셋대우에 넘겼다. TV프로그램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를 연출한 김태호 PD 역시 235㎡ 아파트를 올해 1월 신영부동산신탁에 맡겼다.

문제는 신탁이 종종 부유층의 세금회피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두 주택의 공시지가를 합쳐 종합부동산세가 산출되지만, 이 중 한 채를 신탁하면 각각의 주택에 따로 따로 세금이 매겨진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 기준금액과 세율 등이 달라져 납부할 세금이 확 줄어든다.

가령 A씨가 한남더힐에 공시지가 49억원과 33억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가 올해 내야 할 종부세는 1억3,300만원(다른 주택 없다고 가정ㆍ세부담 상한 미고려ㆍ재산세액 공제 포함) 정도다. 그런데 A씨가 49억원짜리 아파트를 신탁하면 종부세는 6,6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신탁 여부에 따라 납세액이 두 배나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부유층을 상대해온 시중은행의 세무전문가 B씨는 "신탁제도를 활용하면 수수료 발생금액보다 훨씬 많은 세금이 절감된다"며 "신탁을 맡긴 17가구의 경우 한남더힐 아파트 이외에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절세효과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남더힐의 신탁 17건 중 무려 14건이 올해 4월말~5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도 눈길을 끌었다. B씨는 "재산세 및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을 목전에 두고 신탁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100% 종부세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며 "소유재산을 분산해 종부세 기준금액과 세율 등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신탁 방식이 합법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강행법규를 피하기 위한 행위, 즉 세금을 줄이는 게 주목적이었다면 신탁법에 따라 국세청이 문제를 제기 할 수도 있다"며 "신탁이 무효처분 되면 해당 부동산에 대해 다시 과세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절세방법은 부유층 사이에선 꾸준히 사용돼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신탁규모는 98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95조1,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부동산 신탁은 29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절세 꼼수'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KB국민은행 전문연구위원은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수탁회사가 아닌 위탁자(원 소유자)가 종부세를 납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위탁자는 본인 소유 아파트와 신탁을 맡긴 주택을 합산해 종부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신탁제도를 통한 절세효과는 사라진다.

[ 당일 매매 '임대 후 분양' ]

한남더힐의 한 소유자는 2014년 2월 5일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틀만에 집을 되팔았다. '임대 후 분양' 방식을 택했던 한남더힐의 특수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남더힐 등기상에는 집을 구매한 뒤 한 달도 안 돼 되판 경우가 다섯 건 발견됐다. 이 중 네 건은 주택 구매 당일 또는 이틀 만에 다시 팔았다. 일반 아파트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이 같은 거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이라는 편법을 택했던 한남더힐의 특수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상한제란 집값 안정화의 일환으로 2007년 9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적정 분양가격을 산정해 그 가격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한남더힐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07년 8월 용산구청에 분양승인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고, 이 때문에 차선책으로 아파트를 5년간 임대로 공급한 뒤 분양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임대 의무기간의 절반이 지나면 시행사와 세입자가 협의를 통해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는 가장 작은 크기인 59㎡의 경우 보증금 5억2,000만원에 월 임대료 65만원으로, 그 외 대형 평수는 보증금 14억3,000만~25억원에 월 임대료 239만429만원으로 알려졌다.

이후 1차 분양전환이 가능해진 시점에 세입자들 중 일부가 분양 당일 또는 이틀 만에 곧바로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가장 작은 59㎡ 아파트 세입자의 경우 3년여간 (보증금을 제외하고) 2억원 정도를 내고 버틴 끝에 6억원 가량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이 자체를 위법행위로 볼 수는 없지만, "집값 안정화"라는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기 거주조차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벌 수 있다.)

[ 법인 명의을 이용한 주택 소유 ]

한남더힐에는 법인명의 주택도 23채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인명의 주택을 대체로 투기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7년 9월 한 법인이 61억원에 240㎡ 크기의 주택을 구매했는데, 지난해 11월 같은 동, 같은 평수의 아파트가 7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동, 같은 층의 아파트가 2년여만에 10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기업이 임직원에게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구매한 것이라면 굳이 한남더힐 같은 초고가 아파트를 선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한남더힐도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못지 않게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부각됐기 때문에 투기용으로 구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해다. 법인아파트가 개인명의 주택에 비해 세율이 낮고 과세혜택이 많았던 점도 법인명의 아파트 구매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 근저당권 채권자가 세무서장 ]

한남더힐 등기부등본에는 종종 근저당권 설정란에 금융회사 이름이 아닌 "국"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글자 아래에는 관공서의 기관장이 표기돼 있다. 예를 들어 "근저당권자 국, 처분청 용산세무서장"이라고 쓰여 있는 식이다. 보통 근저당권 설정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런 등기내용을 보면 주택 소유자가 세무서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세금 체납과 관련이 있다. 세무당국은 제때 세금을 내지 못한 납세자에 대해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담보로 잡고 납세를 유예해주는데, 이를 납세담보 제공계약이라고 한다. 이 경우 등기상 근저당권자에 "국"이라고 표기된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한남더힐의 명성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한남더힐에도 총 9가구가 납세유예를 위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제공했다.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35억원의 채권액이 설정됐다. 자산관리 전문가 C씨는 "주택 소유자가 재산세 등을 낼 수 없어 체납했거나, 증여세를 내면서 연부연납(조세의 일부를 장기간에 나눠 납부하는 제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자체로는 탈세 등의 위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도 의아한 구석이 있다. 국세징수법에 따르면 상호합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한 징수 유예는 최대 9개월까지만 가능하다. 그런데 세 가구는 2년이 넘도록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C씨는 "소유자들이 과세처분에 불복해 세무당국과 상호합의 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최대 5년간 세금을 분할납부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5년 연속 전국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전경. 재벌가, 대기업 간부, 전직 고위 관료, 유명 연예인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어 '대한민국 상위 1%' 주거지로 꼽힌다.

Posted by 목표를 가지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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