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와 관련,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로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와 정유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4월 22일(미국 현지 시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초 만료되는 제재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관련하여 대다수 전문가는 국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하지만, 정유업계의 단기적인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22일 대한석유협회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39억2900만 달러다. 이것은 2017년보다 약 50% 감소한 것이며, 우리나라가 총 수입하는 원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2%에서 2018년 5.2%로 줄었다. 2017년만 해도 이란은 세 번째 원유 수입국이었지만 지난해에는 7위로 떨어졌다.

대신 미국산 원유 수입 물량이 같은 기간 7억2500만 달러에서 44억9600만 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한국이 이란에서 주로 수입하는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미국이 대체했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팀장은 "업계에서 대체 가능할 국가들을 물색해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유업계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에 들어오는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은 초경질유다. 이 유종을 가공하면 석유화학제품 주원료인 나프타가 80%가량 나온다. 일반 원유에서는 나프타가 20%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이란산 초경질유는 다른 국가에 비해 가격이 싸다. 미국이 이란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기 전인 2017년 이란산 초경질유 수입 비중이 전체 수입의 45.2%에 달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예외적 허용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와 대응책을 강구하는 중"이라며 "미국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성분상 나프타 함량 등에서 차이가 있어 이란산 초경질유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미국의 원유 수출을 위한 하나의 장기판이라고 볼 수 있다. 항상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미국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번 제재가 이란발(發) 석유파동으로 확산하면 국제유가가 치솟고 물가도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주요 산유국의 가격 담합과 공급 중단 등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들어 35% 올랐고, 브렌트유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여 유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란의 원유 생산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 3위로, 미국의 이란 제재 심화에 따른 공급축소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원유 소비도 많지만 원유 수출도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석유파동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역시 그다지 손해 상황이 아니다. 한국처럼 100% 또는 7~80% 이상 의존하는 나라가 산업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때, 미국이 그것을 어떻게 기회로 삼을지 우려가 된다.

세계 6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은 석유제품 가격이 오름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96% 하락하고, 소비(-0.81%), 투자(-7.56%) 등에도 악재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석유제품 원가는 7.5%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 등도 원가 상승 압력이 0.1~0.4% 생긴다.

아래는 유가 상승에 따른 관련 주식들이다.

정유주/화학주/조선주 : SK 이노베이션

WTI 국제유가 현물 동향시세
롯데케미칼 일봉차트

피해주 : 항공 / 여행 / 해운업

Posted by 목표를 가지고 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