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이 내용은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조언이다. 우리가 스타트업 멤버로써 이해하고, 그것을 직장이나 나의 사업장에 빚대어 생각해 보자.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남자와 여자로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지만, 외모와 성격으로 보면 모두 다르고 가지각색이다. 스타트업도 비슷한 거 같다. 시장으로 따지면 몇 개의 분야로 구분할 수 있지만, 같은 분야에서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도 깊게 들어가서 보면 모두 다 다르다.

그런데 우리 투자사나, 또는 최근에 만났던 회사 중 비즈니스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디거나 아직도 방향을 못 잡은 스타트업과 이야기해보면 공통점이 있었다.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했으면, 분명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는 조금 다르게 "가끔 완전히 다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의 교집합이 지금 당장 내가 그나마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교집합이라서 매우 작겠지만, 이렇게 작게 시작해서 금방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그리고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그런데 너무 많은 창업가가 본인 또는 팀의 능력과 스킬을 무시한 채, 하고 싶은 일에만 초점을 맞춰서 일을 벌인다. 즉, 내가 잘 못 하거나 아예 할 수 없는 일들에 계속 도전을 하므로 회사가 성장이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일단 이 교집합을 제대로 공략해서 어느 정도의 성과와 자신감이 형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팀과 실력을 강화한 후 다른 더 큰 영역으로 확장하는 게 너무 당연한 접근 전략이다.

여기에 하나 더. 내가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교집합이 반드시 시장이 원하는 게 아닐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이 원하는 건, 이 글의 문맥상으로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내가 잘하는 분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 이 세 가지의 교집합에서 출발해서 안 그래도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스타트업한테는 가장 좋은 전략이자 방향이 아닐까 싶다.

실은 비즈니스는 굉장히 유기적이고 복잡해서 수학 공식같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보면, 나는 위처럼 단순하게 공식화, 도식화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이라면, 실제 내가 속한 조직을 객관적으로 관찰해보자. 조직은 사람 + 프로세스이다. 주관적인 편견일 들어가기 쉬운 "사람을 제외"하고 내가 잘하고 못하고는 제쳐두자. 프로세스만 살펴보면 우리조직이 어떤 상태이며, 어떤 것을 해야하고,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보일 것이다. 거기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자.

위에서 내가 찾는 것들을 나열하고 그중에서 내가 잘하는 것을 우선 선택해서 해보자.

만약 없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공부해보자. 조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3~5년 동안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내가 준비하는 1년이내 누군가가 먼저 손들고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동일하게 주어진 업무시간에 내가 잘하고 좋아하고 회사에서 원하는 일은 하는 것은 나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을 회사가 인정하고 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는 하나의 파이프가 될 것이다.

Posted by 목표를 가지고 달린다
,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인간극장 - 피터 파커씨의 거미줄 인생'에 가까웠습니다. 아니 할머니랑 대출받으러 은행에 가는 히어로가 어딨습니까(심지어 대출도 거절당합니다). 삼촌은 자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그래서 매일 저녁 할머니 얼굴을 보면서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속내를 터놓을 친구도 하나 없었습니다. 게다가 찢어지게 가난하기까지 해서 피자 배달을 해야 했죠.(이마저도 짤렸습니다)

스파이더맨을 되찾은 마블은 그간 피터 파커를 짓누르던 요소들을 다 지웠습니다. 겨우 고등학생한테 책임을 강요하지도, 삼촌의 비극적인 죽음에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았습니다. 모셔야 할 할머니를 대신 알아서 잘 살 것 같은 젊은 미녀 숙모를 배치했습니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나아가 도움까지 구할 수 있는 친구 네드를 스파이더맨 곁에 두었습니다. 가정 형편 역시 그리 가난하지 않죠.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피터 파커는 마침내 살만합니다. 그냥 똥꼬발랄한 고등학생 히어로입니다.

이 신입 히어로의 고민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얼른 제발 빨리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의욕에 가득 차서 어쩔 줄을 모르죠. "아직 이르다"는 선배 히어로의 조언은 그저 자신을 답답하게 만들 뿐입니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 몰라주는 걸까. 나도 중요한 일을 맡으면 잘 해낼 자신이 있는데. 나는 이미 영웅이 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데!

얼른 보여주고 싶은 조급함은 신입 히어로를 오만하게 만듭니다. 피터는 토니(아이언맨)가 만들어준 슈트를 해킹해 '왕초보 모드'를 건너뛰죠. 스파이더맨은 그에게 필요한 초반 과정들을 생략해버립니다. '이 정도는 나도 이미 안다'고 여기며 무시합니다. 결국, 사달이 납니다. 의욕만 가지고 나서다가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선배 토니는 뒷수습한 후에 후배를 따끔하게 나무랍니다. 자신이 선물한 슈트를 다시 빼앗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 돼요! 슈트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피터)

"슈트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더더욱 슈트를 가져선 . 알겠어 젠장 우리 아버지처럼 말하고 있네" (토니)

토니의 이 말은 경험에서 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었습니다. <아이언맨3>에서 토니는 슈트에 대한 집착을 벗고 '슈트의 창조주(mechanic)'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았었죠. 그때의 교훈으로 '도구나 인프라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중요한 건 그걸 활용할 사람의 역량과 마음가짐'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탄탄히 기본기를 쌓지 않고 당장 편한 도구들에 의존하다 보면 금방 한계가 온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슈트를 빼앗은 이유는 후배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겠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피터 파커처럼, 현실에서도 신입사원들은 의욕이 다소 넘치곤 합니다. 얼른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하루빨리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과정을 건너뛰려는 오만을 부리기도 합니다. 작은 일들은 변변치 않게 여기고, 크고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하고 싶어 하죠. 영화 속의 피터 파커처럼요.

그러나 작은 일은 무시할만한 게 절대 아닙니다. 작은 일은 큰일과 동등하게 중요합니다. 큰일은 작은 일들의 징검다리를 거치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또 작은 일을 하며 차근차근 기본기를 쌓는 초반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때 배우는 그 '기본기'라 불리는 것들은 사실 끝까지 가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배워야 할 것들이고, 그러므로 처음에 배웁니다. 신입 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들이며, 그러므로 신입 때 배우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것들입니다. '작은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난 스파이더맨은 토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실은 조금 땅에 붙어 있어 보려고 해요. 사람들에겐 아직...'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필요할 같거든요."

아무리 기웃거려봤자 결국 정석만 한 지름길은 없는 것 같네요. "세상을 바꾸고 싶다”라면 당장 주어진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스파이더맨처럼 엄청난 능력을 갖춘 히어로가 될 재목이라도 마찬가지겠습니다. 들떠서 의욕만으로 붕붕 떠다니지 말고, 땅에 붙어서 내 일을 해야 합니다. 작은 일이라고 가치가 낮은 일이 아니니까요. 그럼, 캡틴 아메리카 선배의 교육 비디오를 시청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안녕 친구들. 캡틴 아메리카야. 신입사원이 지녀야 할 중요한 자질이 있지. 바로 인내심이야. (찡긋)

 

Posted by 목표를 가지고 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