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하던 사람이 어느날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말했다.
술을 마시고, 이제는 늦은 시간. 자리를 일어서려할 때, 갑자기 던진 한마디.. .. ... ... "나 뇌종양이야"
그날 술자리는 순간 3시간을 더 지나서 끝났다.
그 이후는 그는 항상 "미안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없다. 형이 더 챙겨주고 싶은데..."
나는 매주 그와 함께 술을 한잔 한다. 그게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한가지다.
예전에 퇴직이 5년 넘게 남은 선배가 자기는 퇴직이 두렵다. 퇴직후 회사라는 보호를 벗어나, 정글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저 넓은 세상을 자신의 두발로 페달을 밟으며 나아갈 때, 자전거 전국일주를 위해 도장을 받을 때마다 자신감을 생긴다고 한다.
회사 생활의 끝인 퇴직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데, 하물며 인생의 끝은 어떨까? 상상하기도 힘들 것 같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을 정리하는 것 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반대로 남은 6개월 동안 뭘 한들 의미가 있겠나 싶다. 그저 자기원하는 대로 자기가 생각한대로 하고 싶은대로 정리하는 시간인 걸...
5개월이 지난 이제는 어느덧 주변사람들은 없어지고, 오히려 연락이 끊긴 오래된 사람들을 찾아가 인생을 정리하고 있다. 이제는 거리가 멀어져서 자주 보기는 힘들지만, 최근 5개월동안 매주 1~2번 보면서 항상 즐겁게 저녁을 마신 것 같다. 마치 지금이 1990년대인 것처럼 군대얘기, 사회 초년생일 때 애기를 너무 듣다보면,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이제는 연락이 끊기면, 아~~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왔다.
아직 50대초반, 이대로 세상을 등지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지만, 너무 많은 미련은 남기지 말고 정리할 수있길 바란다.
술자리에서 "00야~, 내가 죽으면 너를 위해 산신령이 되어 줄께" 라는 말이 참 마음을 찌른다. 농담삼아 던진 말이고 재미있게 던진 말이지만, 진심이 담겨있었다.
나는 이제 40대초반.. 아직은 주변에 다가오는 죽음이 낯설다. 피할수없다면 천천히 다가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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